목록
이전글 다음글
조각 ‘되기’ 
:에르빈 부름(Erwin Wurm),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s》(1997-2017)
손지영(노트(KNOT:) 편집장)
▶ 생각해보기
 
1. 다음 중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① 상자 안에 들어가기
② 스웨터 바지처럼 입기
③ 양동이 뒤집어쓰기
④ 냉장고에 머리 넣기
 
2. 다음 빈칸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요?
ddsdsd.jpg
① 그리다.
② 쓰다.
③ 공연하다.
④ 기록하다.




▶ 복습하기
 
[국어사전]
조각(彫刻)

1.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서 입체 형상을 만듦. 또는 그런 미술 분야. 주로 나무, 돌, 금속 따위로 만든다.
2. 재료를 깎고 새기거나 빚어서 입체 형상을 만듦. 또는 그런 미술. 보통 조각과 소조를 아울러 이른다.
 
유의어 : 조소(彫塑), 소조(塑造), 조탁(彫琢), 조전(彫鐫), 각(刻)
 
 


▶ 알아보기
vsvsvsvssasv.jpg

Erwin Wurm, < Sit Straight, Hold Your Breath And Think About Spinoza > , 1999
위의 사진은 에르빈 부름(Erwin Wurm, 1954- )의 < 똑바로 앉아 숨을 죽이고 스피노자를 생각하세요, Sit Straight, Hold Your Breath And Think About Spinoza >(1999) 전시 모습이다. 스스로를 조각가라 칭하는 부름은 미술관 안팎에 스웨터나 셔츠, 공, 양동이, 빗자루와 같은 청소용품, 화병과 큰 상자, 테이블을 배치하고, 해당 작품을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s》(1997-2017)이라 명명하였다. 전시 공간에 어지러이 놓인 물품들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상기시키지만, 부름의 작업은 그것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1분 조각》의 첫 단계는 설명과 제안이다. 관람자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작가의 메모와 드로잉을 찾아볼 수 있다. 부름은 작업에 필요한 사물의 목록이나 계획, 이를 구체화한 이미지를 관람자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상자로 들어가 발로 뚜껑을 들어 올리라거나, 스웨터의 팔을 넣는 부분에 다리를 집어넣으라던 가, 자신과 벽 사이에 청소용품 끼우기 혹은 테니스공 위에 누워보라는 식의 요구가 주어진다. 작가가 제시하는 대부분의 물품 사용법(?)은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보인다. 한편, 큰 상자 밑에 깔리는 < 존엄성 이론, Theory of Dignity >(2000)이나 나무판자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선 < 남북문제, The North/South Question >(2007)와 같은 작업의 경우, “혹시 이 작가가 동시대의 특정 사회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식의 심오한 읽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지춤에 인형을 끼워 넣거나, 손에 화병을 들고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업에 관한 진지한 의미화를 완성하기란 쉽지 않다.
dkdkdkkd.jpg
hhhhhh.jpg

< Sit Straight, Hold Your Breath And Think About Spinoza >, 1999
부름의 드로잉은 무보(舞譜)로 기능하며, 이는 실제 관람자의 행위로 이어진다. 무보는 무용의 동작을 일정한 기호나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특정 안무의 대표적 양상을 기록한 것이다. 관람자들은 부름이 제안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작업의 일부로 전시에 참여한다. 《1분 조각》은 작가가 연출하고 구성한 공간 내에서 관람자가 일련의 행위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연 예술로도 볼 수 있다. 공연 예술의 본질적 특성은 현장성과 찰나성이다. 연극이나 무용은 그것이 공연되는 ‘그 곳’의 ‘그 시점’에 존재한다. 공연된 이후에 그 물리적 실체는 사라지며 이러한 부분은 악보나 대본, 무보로 보완된다.

무보가 공연을 구성하는 연기자의 몸과 안무에 관한 해석, 주변 환경, 수용자와 같은 부분을 배제하고 해당 작품의 일부만을 담고 있듯, 부름의 드로잉 역시 어떤 단일한 결과를 필연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 작가는 수많은 개인의 행위를 작업의 일부로 수용하고, 전시 기간 동안 동일한 제목의 연작이 계속해서 공연된다. 《1분 조각》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작가가 자신이 연출한 상황과 관람자의 행위 그 자체를 조각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관람자는 작가의 설명을 확인하고 지시 사항에 따라 조각 ‘되기’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관람자 개인의 역사와 신원은 일부 제한되거나 완전히 은폐되며, 관람자는 익명의 주체인 동시에 《1분 조각》으로 대상화된다. 부름의 드로잉은 《1분 조각》을 위한 DIY(Do It Yourself) 신체 조각 설명서가 되고, 그는 행위를 소재삼아 사건을 조각한다.
아아아(0001).jpg
fefefef.jpg

< Sit Straight, Hold Your Breath And Think About Spinoza >, 1999
《1분 조각》은 주체의 대상화와 함께 복수의 원본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조각’ 개념을 확장한다. 로잘린 크라우스(Rosalind Epstein Krauss, 1941- )는 『현대조각의 흐름, Passage in Modern Sculpture』(1977)의 서문에서 독일의 비평가 고트홀트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 1729-1781)의 「라오콘, Laocoön」(1767)을 인용하며, 그의 연구가 현대조각을 논의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레싱은 조각의 본질에 관한 물음과 함께, ‘실체들을 공간 속에 배열하는 예술’로 조각을 정의하였다. 크라우스는 기존의 형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조각의 양상에 관하여, 정지와 움직임, 포착된 시간과 흐르는 시간의 접점에 위치한 조각의 매체적 특성을 미술가들이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이 작품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황을 구축하고 현상을 조각함으로써 조각의 탈물질화를 시도한 부름은 역설적으로, 관람자의 행위를 사진과 영상으로 포착한 물질적 부산물로 《1분 조각》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기록물 역시 조각으로 규정한다. 부름의 작업은 흔히 공간의 영역에서 사유되었던 조각을 시간과의 관계에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었던 관람자의 행위를 포착하여 순간을 고정하는 한편, ‘조각 되기’를 시도하고 실패하는 관람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 지속을 기록한다.

《1분 조각》은 조각의 기록이자 조각 그 자체로서, 작가의 구상과 연출, 이를 구체화한 메모와 드로잉, 관람자의 신체, 행위, 기록이라는 다중의 층위로 구성된다. 부름은 조각을 위한 계획, 조각이 되고 조각을 보는 관람자, 조각의 기록을 모두 《1분 조각》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요컨대 관람자의 행위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조각으로 규정하는 것은 조각의 결과가 조각의 부재를 지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접근이다. 부름의 작업에서 각각의 요소들은 모두 독립적인 조각으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부름은 ‘조각’과 ‘조각하다.’의 의미를 확장하고 재정의한다.



▶ 활동하기
 
* 본고는 에르빈 부름(Erwin Wurm, 1954- ), 《1분 조각들, One Minute Sculptures》(1997-2017)의 방법론을 다루는 비평입니다.
efefefefef.jpg
① 그림을 확인하세요.
② 그림의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③ 자신의 상황, 상태, 생각(비평의 부제)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예. OOO, < 비평을 읽는 방법 : 잠옷입고 누워서 딴생각하기 >, 2024.
          OOO, < 비평을 읽는 방법 : 피곤하니까 내일로 미루기 >, 2024.
          OOO, < 비평을 읽는 방법 : 저런게 조각...? >. 2024.
 

참고문헌
 
로잘린 크라우스, 윤난지 역, 『현대조각의 흐름』, 예경. 1998.
Christa Steinle ed, Erwin Wurm : one minute sculptures, 1997-2017, Berlin : Hatje Cantz, 2017.

이미지 출처

Erwin Wurm 홈페이지: https://www.erwinwur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