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작품의 특징에 관해 아니카 이는 “자연적 공생과 인공적 물질 간의 공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강조하며, “자연, 기술, 생물학의 융합을 의도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시 제목인 ≪우리는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는 발생생물학자이자 과학자 스콧 길버트(Scott Gilbert, 1949- )의 논문 “삶에 대한 공생적 관점: 우리는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 A Symbiotic View of Life: We Have Never Been Individual”(2012)와 동명이며 내용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니카 이는 그간 주요 작품에서 남세균과 함께 미세조류를 빈번하게 활용해 왔다. 이들은 해수 및 담수 생태계에서 광합성하여 산소를 생성하고, 지구 대기 및 호기성 생명의 기반을 조성하는 존재이다. 길버트는 이러한 조류-남세균의 세포 내 공생 관계를 진화적 상징의 사례로 제시하며, 세균이 광합성 세포 내부로 통합되어 엽록체로 진화해 온 과정을 설명하였다. 이 과정은 인간의 경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인간의 장내에는 150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1000개 이상의 박테리아 그룹이 존재한다.
더불어 작품의 제목인 ‘홀로바이온트’는 숙주와 공존하는 미생물 총체를 단일한 생물학적 단위로 파악하는 용어로 생태-진화-발생생물학(Ecological Developmental Biology) 분야에서 발달 및 진화시스템을 개념화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준 주요 개념이다. 러시아 식물학자 콘스탄틴 메레슈코프스키(Konstantin Mereschkowski, 1855-1921)는 1905년 공생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핵세포가 단세포 원핵생물과의 공생을 통해 진화했다는 ‘내생 공생(Endosymbiosis)’ 이론을 주장하였다. 이후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가 이 이론을 ‘공생복합체(Symbiotic consortium)’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공생복합체는 서로 다른 생물이 보다 넓은 시스템 내에서 상호작용하며 공동으로 기능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개별 생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홀로바이온트는 공생복합체의 한 예로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이 우리의 신체를 숙주로 삼아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전의 생물학자들은 개별주체 개념에 기초하여 생물학적 틀을 구성하였으며, 기존의 해부학적, 생리적, 발달적 기준은 오로지 개체의 관점에서만 고려되었다. 그러나 홀로바이온트 개념은 하나의 생명체를 규정할 때 그 개체와 공생하는 다른 생명체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법이다. 이에 관해 아니카 이는 “인간은 항상 박테리아, 균류, 바이러스와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공생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아니카 이는 작품에 자연적 요소와 인공물을 병치함으로써 자연적 요소가 단순히 자연 일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목적에 따라 식량이나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는 인간, 기술,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들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녀는 생명체의 진화와 공생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시각화함으로써 관람자가 인간이라는 개체의 주체성과 전통적 인식을 재고하게 하며, 나아가 인공물과의 관계까지 고려하게 한다.
이처럼 작품 내의 미세조류와 남세균은 생물학적 행위자로서 ‘계간 협력’의 특성을 드러내며 기술적 장치와 복합적 관계를 맺는다. 아니카 이는 ≪생물 반응기≫를 통해 생명체의 정체성과 경계가 고정된 속성이 아닌 다양한 행위자 간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는 ‘무엇이 개체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를 되묻는 비판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에스더쉬퍼 갤러리(Esther Schipper Gallery)에서 개최된 ≪양자 폼을 통한 반짝임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2023)에서 처음 선보인 ≪방산충 Radiolaria≫(2023)은 아니카 이가 구축한 인간-비인간-기계의 관계망이 가장 복합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드러나는 작업이다. ≪방산충≫은 총 5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으로, 아니카 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인 ‘방산충(Radioraria)’의 생태학적 특징을 참조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방산충은 규산질로 이루어진 정교한 골격을 지닌 단세포 해양 원생생물로 주로 해양 표층에 부유하며 살아간다. 이들이 죽은 뒤 남긴 퇴적물은 해저에 침전되어 퇴적층을 형성하며 산소 생산에 기여하기 때문에 지구의 허파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하여, 그녀는 인공물인 PMMA 광섬유, 모터, LED를 사용해 작품을 천장에 매달린 형태로 전시하고, 땋아 놓은 광섬유를 따라 발산되는 빛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광섬유를 통해 흐르는 빛의 파동은 마치 생명체가 호흡하듯 일정한 리듬을 형성한다.
한편, ≪방산충≫은 2024년 리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에서도 소개되었으며, 이전의 ≪양자 폼을 통한 반짝임≫ 전시와 마찬가지로 ≪양자 포말 회화 Kñ†M£M≫(2023-2024) 연작과 함께 전시되었다. ≪양자 포말 회화≫는 아크릴 판 위에 UV 프린트로 제작된 17점의 평면 작품이다. 작품의 디스플레이에는 문어나 오징어를 연상케 하는 형태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작가가 알고리즘과 대화하며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아니카 이는 이러한 창작 과정을 “생명체와 무생물을 다른 생태적 존재와 혼성화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는 알고리즘이 생명체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생명과 비생명, 유기체와 기술이 서로 얽혀 새로운 존재의 발생을 도모하는 실천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