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생명 예술은 전통적인 생명의 재현 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생명을 창조하고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단순한 외적 모방이 아니라 인공적인 시스템을 통해 생명의 창발과 환경적 적응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기계적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존재하면서도, 관람객의 참여에 의해 완성되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보여주며, 관람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작품 속 생명체들은 생태계에서의 진화처럼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며, 이 과정에서 관람자의 개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의 인공생명 예술은 작품이 단순히 이미지 변형을 넘어 관객과 내용을 공동으로 창조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작품 내 대상에 생명 적 정체성이 부여되어 실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인공생명 예술의 목적은 작품이 생명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생명 기술의 핵심 속성인 창발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발생하고, 창발적으로 행동하며, 외부 요소들과 상호작용하여 진화하는 ‘살아있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있다.**
인공생명 예술은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여 관람자에게 창발적 행동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공생명 연구의 핵심 목표인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의 전환, 즉 아래에서 위로의 창발성을 구현한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 가상의 자연과 물리적 자연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디지털 아트 비평가인 크리스티안 폴(Christian paul)은 “컴퓨터 속 인공생명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의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점은 인공생명이 전통적인 생명의 개념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 복잡성이란,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얽히고설킨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복잡계는 상호작용하는 다수의 단순 요소들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세포 한 개체에서부터, 그 세포들로 구성된 인간의 신체, 그리고 그런 개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사회와 국가까지, 이 모든 것은 복잡계의 예라 할 수 있다. 복잡계 연구는 생명 현상을 포함한 여러 과학적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며, 단기적 예측을 통한 실용적 응용의 가능성 덕분에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티븐 레비, 김동광 역, 『인공생명』, 사민서각, 1989, pp. 25-26.
** 이주연, 「디지털 매체예술에서 인공생명과 창발성에 관한 연구-인공생명 예술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전공, 석사학위논문, 2006, p. 2.